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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6

빛.

조회 수 3661 추천 수 0 2012.11.24 11:58:45
교회 소식지에 쓴 글을 올립니다. 

   언젠가 비오는 날 밤이었어요. 가족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에요. ‘어’하는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예 전기가 나간 것이었어요. 정전이었죠. 
웬만하면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그러면 어느 정도는 사물을 식별하고 움직일 수 있는데, 
그날은 비가 와 달빛조자 없어서인지 좀처럼 앞이 보이지를 않더군요. 그떄만도 아이들이 어렸기에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는 더듬더듬 초가 있는 서랍을 열고 불을 붙였습니다. 가족들의 안도의 환호성(?)과 
함께 그 빛이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나를 조금씩 조심스럽게나마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더군요. 그리고는 문득 ‘빛이 없다면’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빛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빛이 없는 세상은 혼돈과 공허, 어둠의 깊음 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빛이 없는 세상이란 언제나 그렇죠. 거기에는 생명도 있을 수 없을 거구요. 빛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사물을 비추어주는 빛의 소중함과 함께 
나의 인생을 비추어주고 있는 빛의 소중함도 새삼 더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겨집니다.

   빛은 신비합니다. 어디로부터 그 빛이 오는지는 알지만 그 빛 자체는 볼 수 없죠. 그럼에도 그 빛은 온 방을 
가득 채워줍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가득 채울 수 없는 공간을 그 빛은 순식간에 채워줍니다. 빛 자체를 볼 수 
없지만, 그 빛은 모든 사물을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죠.그 사물이 무엇인지, 어디에 써야 할 것인지, 어떤 
모양과 어떤 색감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위치를 잡으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정말 우리의 삶에도 이런 빛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우리는 빛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분명히 옳은 것이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조차 구별하기 힘들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빛은 너무나 중요한 절대 필요입니다.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없었던 우리의 마음을 기억하시죠? 
실컷 놀아보아도, 많은 것을 손에 쥐어보아도,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보아도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여전히 
남아 있는 혼돈스러움.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면 해결될까 하여 열심히 애쓰고 노력했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어두움. 오직 빛 외에는 채워질 수 없고 밝혀질 수 없는 우리의 삶의 공간이랍니다. 
정말 그 빛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만나고 있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이것이 우리를 
살리는 일인지, 죽이는 일인지 그런 어둠 속에서는 전혀 식별조차 할 수 없잖아요. 그 상황에서 색감을 찾고 
배열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사치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말 이 빛이 필요해요.

   그런데요. 제가 그 빛을 갖고 있어요. 그 빛을 만났죠. 아주 오래전에. 그 빛은 저를 떠나지 않고 지금도 함께 
있고 저의 삶을 비추어 채울 수 없는 저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구요. 안개 같은 세상에서 정확한 방향을 볼 수 
있게 하고, 심지어 나의 인생 속에서 색감의 조화와 배열의 아름다움까지 누릴 수 있게 하고 있답니다. 그 빛은 
나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8:12)’ 저는 그 빛을 만나고 여전히 그 빛을 따라가며 살려고
해요. 그 빛을 따라서요. 어떤 어린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횡단보도에 길을 건너려고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신호등이 녹색 신호로 바뀌지를 않는 것에요. 그럴 때가 간혹 있잖아요. 사람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눈치를 보다가
길을 건너갑니다. 어린 아이는 답답했죠. 그래서 할머니 손을 잡고 ‘우리도 건너가요’하고 퉁명스럽게 말하자. 
‘다른 것 보고 따라가면 안 돼. 신호등만 보고 파란 불 따라 움직여야지’하시는 거 아니겠어요? 그냥 건너가야 되나 
하던 마음이 아예 싹 사라지지 뭐에요. 빛이신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다른 것을 바라보지 않고 오직 그분의 삶을 
본받고 그분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 빛을 만나고 따라가기 시작한 후부터 아무리 폭풍이 몰아치는 
날 정전이 되어도, 내 눈 앞이 깜깜해지는 일을 만나도 두렵지 않답니다. 제게는 예수의 빛, 생명의 빛이 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 빛을 함께 간직해 보지 않겠습니까?

새롭게 시작한 칠리왁한인장로교회, 예수의 사람들의 소식지, 이 작은 종이가 여러분에게 그 빛을 선사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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